생각(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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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생태주의 사이에서의 균형잡기
며칠 전 친구들과 나들이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최근에 알게된 뉴스에 대해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할 위기에 처해있는데, 우크라이나 NGO에서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공개해 비트코인으로 6억 가량의 모금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이 뉴스를 접했을 때 너무 신기해서 놀랐고, 많은 비트코이너들이 비트코인을 화폐의 혁신이라고 말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아니 가상화폐가 이렇게 쓰일 수도 있다니, 탈중앙화라는 탄생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 정부나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돈을 이 지갑에서 저 지갑으로, 다이렉트로 보낼 수 있어. 특히나 이렇게 위기에 처한 국가에서 그 빛을 발하잖아? 그렇다면 우리가 도울 길이 막혀 안타까워했던 미얀마 시위대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도울..
2022.02.24 -
비트코인과 농사의 만남
비트코인과 주식을 이야기하면 몇몇 친구들은 의아해한다. 충분히 이해해, 나 스스로도 이 상황을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웠으니까. 탈자본주의를 꿈꾸며 대안을 찾은 끝에 선택한 삶이 기계조차 쓰지 않는 보다 생태적인 방식의 농사였으니. 그러다 돌연 돈공부를 한답시고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돈으로 돈을 버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벌어진 일인 것을.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받은 충격과 두려움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쩔수없이 인정하게 만들었고, 이제보니 늙어가는 몸으로 투쟁하여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보다, 이 체제를 받아들이고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 더 쉽고 빠른 길처럼 보였다. 이 시스템에 적응하여 집을 마련하거나 부자가 되는 것을..
2022.02.24 -
변질된 블로그로 다시 시작합니다.
이곳은 그동안 돈 얘기를 상스럽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여겼던 내 안의 금기를 허물기 위한 공간이자 편견을 깨부수는 시도입니다. 누군가의 블로그를 통해 자본에 대한 정보를 얻고 도움과 위로를 받았듯, 30대 후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자본주의를 새롭게 알아가고 돈을 벌었다가도 금세 잃으면서 세상을 공부하는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지도 모를 일이지요. 휴면 상태인 블로그를 깨워서 자본주의 노트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다 공부한 내용과 실전 투자일기를 기록해나갈 예정입니다.
2022.02.23 -
두려움
근처에 온 사촌오빠를 만나고 적적한 집으로 돌아왔다.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모래가 부딪히는 소리가 바람때문인지 누군가 어슬렁거리는건지 몰라 숨 죽인채 가만히 문 틈에 귀를 갖다대본다. 전등빛에 내 그림자가 창호지에 앉아 밖에서 내 행동거지가 다 보일까봐 옆으로 비켜서서는. 다행히 움직이는 소리가 없다. 처음으로 모든 방과 창문을 걸어 잠궜다. 부엌의 창문은 자금쇠가 왜이리 맞지 않는건지. 며칠전 새로 바른 창호지문의 옛날 걸쇠가 과연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바깥을 볼 수 있는 유리창 하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유리창이 있어도 불안한건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궁금증의 정체를 확인할 수는 있을텐데. CCTV라도 설치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짝꿍이 없는 밤을 나홀로 보내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
2019.10.12 -
18/2/21 수요일
마감을 핑계로 하루종일 집에 있다가 수요일이라 잠깐 목욕탕 다녀왔다. 친구와 하루 1시간씩 하고싶은 일 하기 시작한 지 이틀째. 어제도 두 가지 밖에 못했는데 오늘은 한 가지 밖에 못했다. 하루에 4시간 투자해서 4가지 일을 하는건 불가능한 일인가. 대여섯 시간을 그림으로 붙잡고 있었다. 그림 하나 그리는데 왜이리 힘이 많이 드는지. 책에 실릴 원고라고 생각하니 더욱 긴장하여 오래도록 머물게 했다. 글이든 그림이든 친구와 계획한 바와 같이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하는 이유. 쉽게 그려서 조금더 역동적이고 가벼운 느낌을 내고싶다. 올림픽이 한창이다. 설 때 시댁에 갔다가 함께 티비를 보면서 여자컬링을 처음 봤는데 웬걸 무진장 재밌는거다. 한국 선수들이 워낙 기량이 뛰어나서 더욱 흥이 난다. 오늘도 두 경기가 ..
2018.02.22 -
작은 한 코
일상의 자투리를 이용해 한 공정씩 진척시키기. 요즘 푹 빠진 은유 작가의 문장이 내게 폭 와닿았다. 친구와 '성실하게 꾸준히' 하는 것에 대한 대화를 나눈 뒤였다. 요 며칠 전부터 나는 매일 양말을 뜨고있다. 예전부터 양말을 내 마음에 쏙 드는 예쁜 무늬로 떠서 자급하고 싶었다. 그래서 양말뜨개책도 샀지만 한 번 훑어보고는 엄두가 안나 오랫동안 방치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아예 날을 잡고 한 자리에서 종일 떠보았다. 한 코를 뜨고 이어서 한 코를 뜨고, 처음엔 제자리가 어딘지도 찾지 못했던 손가락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더니 어느새 완성되어 있었다. 그 일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 막막했던 것이다. 내 속도로 양말 한 짝을 완성하는데 꼬박 12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한 번 만들고 난 뒤 내..
2016.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