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2019. 10. 12. 22:35생각

근처에 온 사촌오빠를 만나고 적적한 집으로 돌아왔다.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모래가 부딪히는 소리가 바람때문인지 누군가 어슬렁거리는건지 몰라 숨 죽인채 가만히 문 틈에 귀를 갖다대본다. 전등빛에 내 그림자가 창호지에 앉아 밖에서 내 행동거지가 다 보일까봐 옆으로 비켜서서는. 다행히 움직이는 소리가 없다. 처음으로 모든 방과 창문을 걸어 잠궜다. 부엌의 창문은 자금쇠가 왜이리 맞지 않는건지. 며칠전 새로 바른 창호지문의 옛날 걸쇠가 과연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 바깥을 볼 수 있는 유리창 하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유리창이 있어도 불안한건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궁금증의 정체를 확인할 수는 있을텐데. CCTV라도 설치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짝꿍이 없는 밤을 나홀로 보내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오늘따라 왜이리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운건지. 생각해보니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 남자 한명의 존재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이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아도 곧 돌아올거란 믿음이 주는 위안은 무지하게 커서 무의식 중에도 하나도 두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곧 내가 하루하루 홀로 지내야 한다는 현실이 다가오니 다른 차원의 문제가 생겼다. 내 삶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듯 완전히 뒤바뀌었다. 내 스스로가 나를 지켜야 한다.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상황에 놓여버렸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철저히 나를 지켜낼 미래를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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