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생태주의 사이에서의 균형잡기

2022. 2. 24. 06:34생각

며칠 전 친구들과 나들이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최근에 알게된 뉴스에 대해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할 위기에 처해있는데, 우크라이나 NGO에서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공개해 비트코인으로 6억 가량의 모금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이 뉴스를 접했을 때 너무 신기해서 놀랐고, 많은 비트코이너들이 비트코인을 화폐의 혁신이라고 말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출처: 코인데스크US

 

 

아니 가상화폐가 이렇게 쓰일 수도 있다니,

탈중앙화라는 탄생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 정부나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돈을 이 지갑에서 저 지갑으로, 다이렉트로 보낼 수 있어.

특히나 이렇게 위기에 처한 국가에서 그 빛을 발하잖아?

그렇다면 우리가 도울 길이 막혀 안타까워했던 미얀마 시위대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도울 수가 있다는거야.

이 놀라운 발견에 대해 한껏 들뜬 목소리로 전하는데, 친구들의 반응은 놀랍도록 무반응이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는 이어지지 않고 금세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 샤워를 하다가 문득 그 생각이 났다.

그때 친구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굳어 있었을까?

오래지않아 그 이유를 깨달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한 NGO에서 비트코인으로 기부를 받았대'

라는 문장에서 나는 '비트코인'에 귀가 쫑긋했고, 친구들은 '전쟁 위기'에 귀가 쫑긋했던 것이다.

이걸 깨달은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고 스스로에게 조금 실망했다.

그동안 내가 자본주의를 멀리한 이유가 이러한 사고방식 때문이었다.

2020년 코로나가 확산되는 가운데, 죽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증시를 걱정하는 기사와 상위검색어를 보면서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에 환멸을 느끼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무엇이든 돈으로 환산하는 편향된 사고를 늘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아니 이렇게 빠르게 무너지나.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닥친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오늘 처음 만난 분에게 내가 발 담그고 있는 자본주의와 생태주의,

그 사이에서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잘 잡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터놓았다.

그러자 그는 조금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흘려보내는 편이에요.

음양오행을 공부하는데, 다섯 가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느 한쪽에 관심이 많으면 거기가 뾰족하게 튀어나오겠죠. 그럼 다른 부분은 넓게 펴지고요.

그러다 다른 것에 관심이 쏠리면 그쪽이 튀어나고 또 나머지는 평평해지고.

모양은 계속 변하지만 그 총량에는 변함이 없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중심만 잘 서있으면, 아마 다 있을거에요, 저절로 균형이 맞춰질 거에요."

이야기를 들으며 내 머릿속에서는 그 음양오행이가 어떤 중력이랄까, 관성을 가지고 있는 고무같아서 어떻게 모양이 바뀌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상상을 했다.

이리저리 흔들거리더라도 계속해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고민을 하기 때문에 결국엔 균형이 잡힐 것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니까 바깥으로 벗어나려는 것을 자꾸 의식하고 중심으로 유지하려는 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리 될 것이기에, 이런 고민과 좌절 또한 흐름이라 생각하고 흘려보낼 수도 있는 거겠구나.

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 사람도 계속해서 균형을 잡으려는 사람이겠구나.

그리고 그는 이 말도 덧붙였다.

"내가 나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변화가 일어나는 거예요."

 

자본주의에 과몰입한 나를 약간 떨어져서 볼 수 있었던 건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주변에 다 나와 같은 사람만 있었다면 이렇게 잠깐 멈춰서 생각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옆, 뒤 안 보고 앞으로 앞으로 가겠지.

다른 친구들에게 같이 돈 공부하자고, 이거 정말 필요한 거라고, 막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이 친구들 지금 이대로도 좋으니까. 그대로 이미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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