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여성주의소모임/3월/후기

2016. 3. 4. 01:38생각

16/3/3 목요일 7:30-10:30pm

장소: 이문동 청년공동체 도꼬마리

진행: 잘한다


권고없는 대화를 위한 여성주의 소모임

7:30-8:00 근황토크

8:00-8:30 '상냥한 공동체를 위한 토닥학교 1. 여성주의 편' 후기 공유

8:30-9:30 숙제1. '해보면 캠페인' 실천 후기 공유

9:30-9:50 쉬는시간. 생일축하

9:50-10:30 숙제2. 영화 '캐롤' 감상 공유


한국여성민우회의 '해보면 캠페인' 실천 후기 공유

http://v1.womenlink.or.kr/nxprg/board.php?ao=view&bbs_id=main_news&doc_num=1663


이 중, 4.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일주일 살아보기 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실천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고, 다른 사람에게도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 예쁘다는 말을 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이 되어 가령, 화장을 안했을 때 라던지, 꾸미지 않았을 때 자신감을 떨어뜨리게 되는 역효과가 있다.


-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특정한 사람을 칭찬하면 다른 사람은 소외된다.


- 예쁘다는 칭찬을 듣다가 안듣게 되면 '더이상 예쁘지 않은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모두가 동의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


- 외모에 대해 말 할 때 '무엇이 예뻐서 내 마음이 기쁘다' 처럼 자신의 감정상태에 대해 말한다.


- 습관이 되어버린 '예쁘다'는 말 대신 비슷하지만 다른 표현을 사용한다. 

'곱다', '청초하다', '우아하다', '한 떨기 꽃같다' 등, 표현을 다양하게 사용하는것 만으로도 '예쁨'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여럿이 모이거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외모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칭찬 또한 하지 않는다.


영화 '캐롤' 감상 공유

나는 단순하게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정도로만 해석했을 뿐인데, 

조금 더 예민한 감수성으로 영화를 본 다른 사람들은 각자 다른 여러가지 해석을 가지고 있어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 테레즈는 원래 레즈비언이었다. 다만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 학습된 결과로 이성애자로 살아왔다. 

첫 눈에 캐롤에게 반하는 장면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다. 

테레즈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캐롤을 만날 때만 드러나고 남성들과의 사랑에 매번 실패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 두 남자는 테레즈와 캐롤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은지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얼마나 성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어필하면서 상대에게도 여성으로서의 성역할을 수행하기를 요구한다. 

'I love you'라고 외치며 그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 남편이 캐롤의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들기는 장면은 굉장히 폭력적이었고, 

리처드가 테레즈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며 '다른 여자들은 단지 섹스를 하기 위해 만났지만 너는 다르다' 라고 말한다.

두 장면의 상황에서 남녀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굉장히 부자연스럽다. 


-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사랑이야기일 뿐이다.


- 영화에 대해 단번에 '동성애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이다.

테레즈가 남자친구인 리처드에게 '남자를 사랑해본 적이 있냐'고 묻는 장면에서,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이성애자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단 한 순간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을 실제로 경험하는 과정을 그린 것에 대해 관객에게 질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여성주의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면 상당히 많은 시사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에서는 연애든 결혼이든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성애자로서의 서로 분리된 성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프레임을 깨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사이, 상대의 행복이나 존재가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이성애자의 사회에서 너무도 당연해서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나 역시도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단지 개인들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말았다.

그러한 성역할의 프레임을 벗어 던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존재한다는 것을 테레즈의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잘한다의 말처럼, 

그냥 우리 레퍼런스도 롤모델도 없는 연애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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