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자연물로 집꾸미기

2016. 12. 31. 19:53노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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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겸 집들이를 준비하기 위해 으로 갔다. 

산에 가면 아름다운 데코용품들을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잔뜩 구할 수 있다. 

에코백과 전정가위를 들고 단촐하게 집을 나섰다. 언덕 위의 마을을 통과하면 북한산으로 연결되는 길이 나온다. 오래된 동네의 골목골목마다 하얗게 탄 연탄들이 비닐에 가득 담겨 나와있다. 이런 골목에는 황학동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손때 묻은 옛날 물건들을 간혹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며 걷게된다. 이 날은 누군가 화분에서 정성스레 가꾸다 잘라버린 어느 열대식물의 커다랗고 뾰족뾰족한 이파리 세 개를 건질 수 있었다. 이국적인 외모의 이파리를 어디에 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찜해 둔다.

  

북한산에 다다라 조용하고 황량한 숲길을 오르는 동안 내 두 눈은 분주하다. 내가 찾는 것은 '색깔'이다. 추위는 화려했던 것을 땅 위로 떨어뜨리고 얼려서 잿빛으로 만들어버렸다. 나무가 오색 찬란했던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검은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은 소리없는 도시의 군중들을 떠오르게 한다.

아직 색깔이 남아있는 것이 있을까? 하나 찾았다. 소나무 아래에서. 눈이 오고 한파가 불어닥쳐도 여전히 푸르른 초록색을 수집해 가방에 넣었다. 

우수수 떨어져있는 예쁜 솔방울들도 잊지않고 챙겼다. 검은색의 단단한 꽃같은 모양새가 몹시 마음에 드는 소재이다. 

적당한 굵기와 길이의 나뭇가지들도 주웠다. 장작으로 태울 것과 주방에 행거로 쓰일 것들이다. 

빨간 것은 보이지 않았다. 겨울에도 피어난 작고 빨간 열매를 본 적이 있었는데 되려 깊은 산에는 키 큰 나무들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아쉬운대로 참나무 낙엽들을 주웠다. 가을에 미리 주워 책 사이에 끼워놨다면 평평하고 예쁜 색으로 마른 것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너무 늦은 탓에 제멋대로 휘고 색바랜 것을 구할 수 밖에. 물결모양의 떡갈나뭇잎과 끌이 뾰족한 상수리나뭇잎 등 다양한 모양새의 잎을 구한 것으로 만족한다. 

다시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단풍나뭇잎을 주웠다. 마을어귀에 널려있는 상록수잎도 조금 잘라내고 이름모를 주황색 열매가 달린 가지를 몇 개 잘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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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은 우리집에서 사시사철 방안을 건조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가습기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겨울에는 연말의 분위기를 톡톡히 살리는 데코용품으로 손색이 없다.


가습기로 사용하려면 무척 간단하다. 단지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물을 담은 그릇에 둥둥 띄워놓으면 된다. 그러면 물을 잔뜩 머금고 오그라드는데 건져서 작은 그릇에 올려두면 조금씩 펴지면서 습기를 내뿜는다. 가습효과를 확실히 보려면 솔방울이 많이 필요하다. 


솔방울과 초록색 솔잎으로 모빌과 가렌드를 만들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가위와 실, 마끈, 글루건 뿐. 솔잎이 3-4개 정도 붙어있는 가지를 적당한 길이를 자르고 각각 실을 묶어서 솔방울을 몇 개 매단다. 가지의 양 끝을 마끈으로 묶으면 완성. 벽에 걸어도 되고 공중에 매달아도 된다. 허전한 빈 벽에 거니 포인트가 되어 시선을 잡아 끈다.


가렌드는 긴 마끈이 필요하다. 솔잎은 가지에서 3-4개씩 떼어서 글루건으로 마끈에 붙인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솔잎을 3묶음 붙이고 솔방울을 하나 같은 간격으로 붙인다. 그렇게 반복하면 가렌드도 완성된다. 문틀이나 창틀 위에 적당히 늘여서 타카나 못으로 고정시키면 반짝이는 비닐 장식은 저리가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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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주운 마른 나뭇잎들은 깨끗이 물에 씻어 말려두었다. 테이블 위에 손님맞이용 이름표로 쓰인다. 

나뭇잎 위에 하얀 페인트마카나 네임펜으로 이름을 써서 그릇 위에 올려둔다면, 손님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앉자마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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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에서 잘라온 가지들로 작은 유리컵에 꽃꽂이를 해보았다. 

초록 이파리들을 마음에 쏙 들 때 까지 요리조리 배치해보고 길이 조절을 하고 열매가 달린 가지를 포인트로 길게 빼어 화병을 만들었다. 꽃집에서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길거리표 식물들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테이블을 만들 수 있다. 꽃집의 꽃은 빼어나게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꽃집을 운영하는 한 지인은 환경에 대한 주제로 대화 중에 '꽃은 먹는 것이 아니니 농약과 상관없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보니 국내 화훼산업은 농약과 제초제에 대한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꽃잎이 병해충없이 크고 화사한 색으로 피어나기만 한다면 무한정 농약을 쳐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농약은 땅과 물을 오염시키고 결국엔 돌고돌아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외국에는 유기농으로 꽃을 키우는 곳도 있지만 국내에는 전무하다. 아, 몇 군데 있긴 하다. 말려서 차로 마시는 국화같은 종류에 한해서. 국내의 한 연구자는 화훼산업에 종사하는 생산자와 유통업자, 플로리스트들의 소변 검사 결과 농약이 검출된 것을 밝혔다. 농약은 먹지 않아도 호흡기와 피부로 체내에 쌓이는 것이다. 요즘에는 꽃으로 케이크를 장식하고 아이스크림에도 예쁘게 꽂아준다. 보기에 예쁘지만 사실을 알고난 뒤 그런 것들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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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해치지 않는 친환경적인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도 집을 꾸밀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다만 밝은 낮시간에 산과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매의 눈으로 재료를 찾고 손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만들어 집안 곳곳에 잘 배치하면 벽난로가 없어도 산장에 있는 듯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온상인 대도시에서 마치 한량처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이 곳이 좋다. '산이 가까이에 있을 것' 이러려고 우리가 정릉으로 이사온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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